여름 전시 오픈런 열풍, 미술관에 사람이 몰리는 이유

평일 낮 시간에도 미술관 앞으로 긴 줄이 늘어서는 장면이 낯설지 않아진 요즘. 개관 전부터 대기줄이 생기는 ‘오픈런’은 한정판 운동화나 명품 매장만의 풍경이 아니라 전시장 이야기가 된 지 오래. 올여름 서울 곳곳의 미술관은 유례없는 인파로 북적이는 중.

🎨 보테로 전시, 오픈런의 신호탄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페르난도 보테로: 형태의 미학’은 4월 24일부터 8월 30일까지 이어지는 일정. 로마와 바르셀로나를 거쳐 서울로 온 순회전으로, 유화와 드로잉, 조각 등 110여 점이 공개되는 규모. 풍만한 인체 표현과 특유의 유머, 사회적 통찰로 익숙한 보테로의 작품은 2009년 첫 서울 전시 당시 20만 명에 가까운 관람객을 모은 전례가 있는 작가. 이번 전시 역시 개막 초반부터 주말마다 대기줄이 이어지는 흐름이고, 평일 오전 시간대까지 관람 예약이 채워지는 회차가 등장하는 상황.

🖼️ 고야부터 오션 특별전까지, 여름 전시 라인업

같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는 스페인의 거장 프란시스코 고야를 조명하는 전시가 6월 26일부터 9월 30일까지 진행 중. 청담 지역 전시장에서는 내셔널지오그래픽의 해양 사진과 감성적 스토리텔링을 결합한 오션 특별전이 6월 6일부터 10월 11일까지 관람객을 맞이. 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 센터에서는 무라카미 하루키를 소재로 한 전시가 3월 말부터 8월 초까지 이어지는 상황. 장르와 소재가 겹치지 않으면서도 같은 계절에 개막이 몰려, ‘전시 성수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밀도. 미술, 사진, 문학이라는 서로 다른 축이 한 계절에 나란히 놓이면서 취향이 다른 관람객까지 흡수하는 그림.

📸 인증샷 한 장이 만드는 전시 소비

전시장 앞 대기줄의 상당수는 사실 인증샷을 위한 발걸음이라는 관찰. SNS 피드에 올릴 사진 한 장을 위해 입장료와 대기 시간을 감수하는 관람객이 늘어나는 추세. 작품 감상보다 ‘거기 다녀왔다’는 경험 공유가 목적인 경우도 적지 않은 편. 전시장 곳곳에 포토존이 따로 마련되고, 작품 옆 조명이나 배경까지 촬영을 염두에 두고 배치되는 경우가 눈에 띄는 대목. 전시가 하나의 콘텐츠이자 여가 놀거리로 소비되는 흐름이 뚜렷해지는 모습이고, 관람 후기 자체가 다음 관람객을 부르는 홍보 수단으로 작동하는 구조.

🎫 비싼 티켓값에도 줄서는 이유

블록버스터급 전시의 티켓 가격은 성인 기준 2만 원대 후반에서 3만 원대 초반이 흔한 수준. 그럼에도 예매 오픈 직후 인기 회차가 매진되는 사례가 속출하는 중. 지난해 한 개인전이 53만 명이라는 관람객을 모은 사례가 알려지면서, 미술관들도 화제성 있는 해외 거장 전시 유치에 힘을 쏟는 분위기. 무더운 여름철 실내에서 쾌적하게 즐길 수 있는 문화 콘텐츠라는 점도 전시 흥행에 한몫하는 요인. 가족 단위 관람객과 연인, 친구 무리까지 관람 목적이 제각각이라는 점 역시 티켓값 부담을 상쇄하는 요소로 꼽히는 지점.

올여름 서울의 미술관가는 보테로, 고야, 내셔널지오그래픽 오션 특별전, 하루키 전시가 동시에 관람객을 끌어모으며 오픈런 풍경을 만들어내는 중. 인증샷 문화와 화제성 있는 대형 전시가 맞물리면서, 전시 관람이 하나의 대중적 여가 콘텐츠로 자리잡아가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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